Yaloo 

LEE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YALOO : 좋은 선생님,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어요. 함께 입시를 준비하던 언니들을 통해 다양한 세계 하위 문화를 접했고요. 당시 좋은 경험이 지금의 저를 이끌어주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언어는 힘들었지만 작업적인 적응에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LEE : 한국보다 해외 전시가 더 활발하세요.
YALOO : 지금은 경험을 쌓는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전시나 활동 기회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어요. 형성기에 있는 젊은 작가로서 새로운 장소,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서포트받으며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당장의 상황에 감사합니다.

LEE : 작업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건물 외벽에 프로젝션하는 방식을 작업에 도입한 계기가 있나요?
YALOO : 학창시절 공산품이나 음식을 잘라 붙이는 놀이 작업을 많이 만들었어요. 일상 생활에 항상 존재하는 물건이나 이미지를 이용해 새로운 형상과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죠.  콜라주 기법과 물리적으로 큰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경제적 상황이 녹록치 않았어요. 맞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비디오와 프로젝션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미디어 센터에서 작업하며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았지만, 졸업 후에는 상금받을 때마다 장비를 구입하고 있어요.

LEE : < Red Ginseng Series >,< Missing Idol >, < Missing Idol >까지 한국 아이돌 산업을 언급하시는 게 흥미롭습니다.
YALOO : 한국 아이돌 문화는 형성기의 감수성에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지금은 작가의 시각으로 아이돌 문화를 다시 접근하고 있죠. 여전히 저에게 핫키워드인 #appropriation  #globalism #moon is the oldest TV 등을 즐겁게 풀어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소재인 것 같아요.

LEE : < New Millennium Workout Routine >에서 빨간 내복을 입고 새천년 건강체조를 추는게 인상적인데요. 역시 대중문화를 암시하고 있네요.
YALOO : 서양식 기계화 고급 내복으로서 효의 상징이었던 빨간내복이 한국에 들어왔어요. 어린시절 TV 속 단골 개그 코드이기도 했죠. 기성품, 공산품으로 점철된 현대 대중 문화의 심볼로서 빨간내복의 역할에 주목했어요. 저는 무용수가 아니기 때문에 무용타이즈보다는 내복이 자연스럽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 Korea Workout Routine >에서 빨간내복의 작업을 연작했어요. 요즘은 피부색에 가까운 내복을 선호하기 때문에 시리즈물로 맞겠다고 생각했죠.

LEE : 최근에는 후쿠오카에서 테마파크를 만드셨어요. yes! sebum이라는 제목에서는 no sebum 노세범이라는 익숙한 화장품 제품명이 떠오르는데요.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YALOO :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 3개월간 체류하면서 진행한 작업이에요. 과일&스킨케어가 대변하는 표면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시아의 소비문화를 주제로 놀이공원 형식의 비디오 조형 시리즈를 만들었죠. 처음엔 노세범이 셀럽이름인가 했어요. 알아보니, ‘피지’란 뜻의 영문이었지만, 원어민에게도 생소한 전문용어였죠. 깨끗하고 완벽한 피부 연출을 위한 모공& 피지관리가 유행하며 전문용어 ‘세범(피지)’이라는 단어가 수십가지의 화장품 이름에 들어가요. 캠페인이 되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관련된 상품, 광고, 캠페인, 서브컬쳐 브이로그등을 정말 재밌게 살펴봤죠. 모공 피지 관리에 열광하는 시장경제는 노(No)세범보다는 예쓰(Yes)세범인 것 같아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예쓰세범을 외치는 귀엽지만 끔찍하고, 이질적이지만 익숙한 이미지로 비디오 테마 파크를 만들었습니다.

LEE : 꽤 스케일이 큰 작업을 전개해오셨는데요. 어떤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시나요?
YALOO : 작년부터 적극적인 협업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사운드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죠. 후쿠오카 ‘Yaloopark, Yes, Sebum'에선 미술관의 도움으로 로컬 사운드 아티스트, BreezeSquad가 도와주셨어요. 과일 각각의 소리와 오프닝 음악, 클로징 음악을 부탁드렸습니다. 충분한 대화와 함께 이미지 자료를 공유했고, 토대로 사운드를 만들어주셨죠. 8 비트 사운드가 아날로그 느낌이 강한 과일 애니매이션과 잘 맞았어요. 서울 휘슬 갤러리에서  'Yaloo house, Yes, Sebum' 을 선보일 때는 BreezeSquad가 만들어준 테마송을 Quandol님이 피지마차(sebum Carriage)에 맞게 편곡해주셨어요. 지난주에 오픈한 해방촌 니트에서 'Charm for Heart II' 는 오세륜 프로듀서가 사운드를 만들어주셨고요. 처음으로 함께 Live 프로듀싱을 진행했는데, 좀 더 섬세한 협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현재는 후쿠오카에서 만난 패션 디자이너 Miho Hino 와 내년 콜랙션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에요. 이번 봄에 후쿠오카 마이즈루 공원에서 전시한 ‘Yaloo Castle Site’ 의 유물 이미지를 embroidery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기대되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LEE :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은 작가에게 어떤 경험인가요?
YALOO : 지역적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다양한 성격의 예술 커뮤니티와 새로운 이해관계를 접하고 있어요. 시야의 줌인 아웃이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예술계 또한 유행에 민감하고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는걸 깨닫고 있어요.  

LEE : 작업뿐만 아니라, Public Art 강연을 전개하고 계십니다. 어떤 경험이었나요?
YALOO : 의외로 대체적인 반응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동,서양 관객들의 감성과 배경 지식에 따른 작품 별 이해도나 선호도가 조금 갈리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오리엔탈 느낌이 강하다는 코멘트를 종종 듣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적이란 평이 많아요. 또, 한국에선 중국적이라는 말도 듣곤 하죠.


LEE : 다양한 프로젝트를 협업하시면서 겪으신 재미있는 에피스도좀 알려주세요.
YALOO : 대학원 졸업 전시 때 대형 스크린을  만들었는데요. 갤러리 규정상 열선커터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 존재도 몰랐던 시절이었죠. 따로 자를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없었고, 장비에 무지했던 저와 남자친구는 전동 칠면조 커터기를 구해서 신나게 잘랐어요. 시끄럽고 오래걸렸지만 무엇보다 스트로폼 가루가 엄청나게 날렸어요. 당시 큐레이터들을 난감하게 했죠. 버몬트아트센터 레지던시에서 진행한 비디오맵핑 작업도 생각나네요. 떠나기 전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공항셔틀 타기 직전까지 작업을 했어요. 프로젝터를 뽑고 가방에 넣어버리면 다시는 이 작업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죠. 결국 완성해서 혼자만 감상했던 기억이 있네요.

LEE : 앞으로의 계획이나 진행중이신 작업이 더 궁금해지네요.
YALOO : 전에는 스튜디오에서 하고 싶은 작업을 산발적으로 만들어 내놓는 식이었어요. 요즘에는 많은 분들의 지원 없이 당장 전시에 올리는 게 불가능한 것 같아요. 저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돌아오는 7월 영화감독 Pablo Monterrubio와 '미디어아티스트가 만드는 유령의 집'을 진행 중이에요. 크라우드펀딩 런칭을 5월 말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