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재  Cho Kyoung Jae 

LEE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CHO :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LEE : 오랜 기간,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셨습니다. 독일은 작가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였나요?
CHO : 독일에서 공부를 마친 후, 운이 좋게 정말 많은 전시를 경험하였어요. 또래 큐레이터, 예술가와 함께 예술가로서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죠. 독일은 비평 문화와 비예술분야와의 커뮤니티가 굉장히 건강하게 발전한 것 같아요. 


LEE : 구체적을 어떻게 건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CHO :  전시를 오픈하면, 바로 옆집 사람에게 정중히 알립니다. 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꽃다발이나 음식을 나누는 일 또한 자연스러워요. 클래식한 전시 폼을 즐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요. 최근에 경력을 위한, 지식 싸움으로 번져 가는 이벤트 전시가 많아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한국의 미술계는 대중 간의 담벼락이 굉장히 견고하고 높다는 인식을 받았어요. 미술계 내부 관계자들 끼리의 정치적 이벤트로 시작하여, 뒷풀이 잔치로 전시가 마무리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합니다. 물론, 사람 사는 어디든 시기질투가 있고, 경쟁이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최소한 문화라는건 중요합니다. 우리들끼리의 잔치는 관객에게도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경험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높은 담벼락은 아마 내부로부터 허물어지기 힘들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없지만, 권력화된 미술계를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며, 우리 세대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LEE : 10년만에 한국에 돌아오셨습니다. 오랜만에 보신 서울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CHO : 한국에 돌아온지 3개월이 지났어요. 오랜 만의 한국 도시 환경은 굉장히 낯설고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작업의 영향일 수 있지만, 구획된 공간을 강제적으로 해체하고 임의적 공간을 만드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지속해왔어요. 제가 살았던 독일의 북부 지방은 지형이 굉장히 평평합니다. 마을은 대부분 일률적인 평야이고요. 반면, 서울은 모든 것이 겹쳐진 이미지의 연속입니다. 건물의 높낮이가 다르고 땅의 높이도 다르죠. 심지어 모두 비틀어져 저에게 있어서 시각적인 행복감을 주는 도시입니다. 물론, 간판이나 홍보용 사물들이 도시를 내용으로 읽히게 합니다만, 어떤 질감, 어떤 높이, 각도로 도시나 토지가 구조되어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서울은 너무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제가 표현하지 못하는 구조를 도시는 이미 모두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제 작업보다 훨씬 멋지기도 합니다.

LEE : 작업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2011년부터 오브제를 조합하는 형태의 작품은 전개해오셨어요.
CHO :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미술을 공부하다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내용에 상징적 요소를 만들고 왜라는 질문을 붙이니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다니엘 리브이띠 교수를 만나며 무언가를 보고 사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게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 내용적 구조를 설계하며 작업을 해오다, 사물의 물성을 보는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다는 것은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어떤 상황, 조건을 포함하고 있죠. 이미 작업이 모든 내용과 언어로 분석되어 만들어진다면 더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재미도 없을 것입니다.

LEE : 오브제를 사진으로 찍어오던 작업의 방식을 2015년부터는 직접 설치하는 형태로 전환하셨습니다.
CHO : 시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 작업에 개념적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상징화하기보다는 사물 자체의 면, 질감, 향기를 구조화시키는 데 관심을 가져 왔어요. 3~4년동안 사진을 사용하여 작업을 진행하면서, 의도와 달리 딱딱해져갔어요. 다시 느슨하게 해체하는 시간을 갖는 과정에서 사진과 설치를 접목시킬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싶었어요. 영은미술관에서 버려진 오브제를 다시 재 조합하는 작업으로 첫 시도를 전개했지만, 조금 단순했죠. 사루비아에서는 기본적인 재료의 물성 자체만을 구조화하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전개했습니다.

LEE : 작업을 위해 선택한 오브제는 대부분 공산품보다 돌, 나무, 철 같은 가장 기초 소재가 많아요.
CHO : 종종 의도적으로 흥미로운 오브제를 주어오기도 합니다. 개중에는 특정한 시대성을 보여주는 물건도 많아요. 하지만, 물건이 가진 내용이 강해질 때, 하나씩 제외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마지막에 기본 소재만 남더라고요. 현대사회의 사물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도 수십, 수백개의 사물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데, 작업에서는 최대한 빼보려 합니다.

LEE : 사용하는 소재는 어디서 조달하시나요?
CHO : 즉흥적입니다. 독일에 유학가면서 아이가 태어났어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책임지게 되면서, 정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주어온 오브제가 많아요. 가령 산업용 비늘은 독일 박람회의 컨테이너 제품을 랩핑할 당시 가져온 소재입니다.

LEE : 아마도예술공간 "제5회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하셨습니다. 후기 전시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CHO : 올해 11월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루비아 때와 비슷한 컨셉이지만, 조금 더 감각적인 면을 실험해보려 합니다. 아마도는 공간이 좁고 난해하기 때문에, '온도'를 이용해보고 싶었어요. 11월은 춥기 때문에, 내부와 외부 온도, 촉각적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천장이 낮고 안전상이 문제로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딱딱한 물성을 가진 오브제와 그것을 풀어주는 사진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유기성을 갖는 소재가 전시 공간을 휘어잡는 상황을 연출해보고 싶어요.

LEE : 앞으로의 계획은?
CHO : 4월20일에 오픈 아뜰리에와 난지쇼가 열립니다. 난지 12기 작가들의 첫번째 쇼이며, 참여작가는 9명입니다. 보통 단체전이 기획자의 개념과 비슷한 작가를 섭외하여 꼴라쥬 형식으로 이루어지죠.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포맷입니다. 물론 클래식한 전시 형태는 언제나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 있다면 곤란하겠죠. 이번 난지쇼에서는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짧은 준비 기간과 한정된 예산에 나름 젊은 작가들이 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개념을 정하여 오랜 토론이 있었어요. 9명의 작가가 하나의 개념으로 전시합니다. 개인 포토폴리오로 쓸 수는 없겠지만, 꽤 진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어요. 난지 12기 첫 전시에 대한 의미를 두고 나름대로의 태도, 개인의 욕심이 아닌 희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